11월 14일 지지난주 일요일, 국가자격증 실기 시험을 봤다. 나오기를 기대하고 여러번 쓰고 읽으면서 외운 부분 ‘빼고’ 나왔다. 나름 한번에 붙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의욕을 가지고 공부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일이였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공부는 평생 하는거야-!] - 국가기술자격증 온실가스관리기사 필기 실기 독학 합격 후기 (2021)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마음은 어떤 시험을 볼 때마다 느꼈던 것 같다. 다만 시험이라는걸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더더욱 울적했다. 터덜터덜 걸어가다가, 붕어빵 마차가 보였다. 멀리서 보일 때 부터 먹을까 고민이 조금 되었지만, 그냥 지나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붕어빵 마차를 지나고 한 10미터 쯤 지났을까, 그래도 시험 본 나를 위해 2,000원 정도는 써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지나치기 전까지는 시험도 망했는데 무슨 붕어빵이야! 하면서 스스로를 다그치는 마음이 더 컸는데, 붕어빵 냄새를 맡으니까 스스로에게 급 너그러워진듯 하다. ㅎㅎㅎ 빨리 사가지고 가고 싶었는데, 내가 주문하기 직전 아주머니께서 주문하셨고, 마침 붕어빵도 구워야 하는 상황이였다. 조금 기다리라는 말에 그냥 갈까 싶었지만 그냥 먹기로 마음 먹었으니 구경하면서 기다려보자 싶었다. 거의 몇년만의 붕어빵이였다. 오랜만에 붕어빵 만드는 것을 보는재미도 나름 있었다. 그렇게 넋놓고 보다보니 아주머니가 가져갈 붕어가 다 만들어졌고, 내가 가져갈 붕어가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짝 둘러보다가 마차 앞 현수막에 임대문의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붕어빵 사장님께 “임대문의는 다른분께서 하시는거죠..?”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사장님께서 놀라며 나를 쳐다보면서 관심있냐고 물어보셨다.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다고 대답하자, 임대문의 하는것 부터 설치 장소 등 여러가지를 이야기해 주셨다. 그리고 슈크림 붕어빵을 하나 더 얹어주시면서 해보기를 추천한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망한 시험이지만 어찌됐든 끝났고, 잠시동안 퇴근하고 공부했던 루틴에 공백도 생겼겠다, 그리고 정말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거니까 해볼까 싶었다. 엄마아빠에게 바로 전화해서 이야기하자 너는 맨날 하고싶은게 이렇게 많냐고 구박아닌 구박을 하시다가, 어느순간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며 더 신나게 말씀하셨다 ㅎㅎㅎㅎㅎ. 이후에 친구랑도 이야기해보니, 잃을것도 없겠다 한번 해볼만 하겠다 싶었다. 그렇게 집에 오는길에 있는 붕어빵 마차들의 사진을 찍어 집으로 왔다. 언제든지 임대문의를 할 수 있도록..!
출퇴근길에 붕어빵 마차가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항상 사람이 없고 하나는 항상 두세명네명씩 줄서있었다. 두 마차사이 거리는 일직선으로 50미터..? 비교적 가까워서 줄이 길면 다른쪽으로 갈만도 한 거리다. 하지만 항상 한쪽만 줄서있었다. 줄 서있는 붕어빵 마차가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했었는데, 붕어빵 장사 생각도 해보고 있겠다, 한번 사먹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수요일 퇴근길에 줄서서 기다렸다가 사먹었다. 집갈때까지 못기다리고 길에서 먹었는데,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이래서 줄서서 사먹는구나 싶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가득차서 따뜻하고 부드럽고 달았다. 진짜 너무너무 맛있어서 집에와서 세마리를 다먹고 바로 임대문의에 전화를 걸었다. 이런저런걸 여쭤봤는데, 결국엔 내가 원하면 바로 설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마음을 먹으면 전화를 달라는 마지막말로 전화를 끊었다. 진짜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ㅋㅋㅋㅋㅋㅋ 다음날인가…다다음날인가… 일요일부터 하고싶다고 연락을 드렸고, 토요일에 마차가 설치되었다. 설치된 마차에 가스도 설치되었고, 나는 인천에서 설치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에 가스비 8만원을 송부했다. 딱 붕어빵 장사를 해볼까?싶었던지 일주일 되기 직전이였다.
아쉽지만 일요일 교육은 취소되었다. 월요일 회사 반차까지 써서 교육을 받았다. 회사 반차까지 쓰고싶진 않았는데, 결국 반차를 쓰고 교육을 받고 장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불조절이 제일 중요한것 같았다. 마음대로 나오지 않아서 거의 30마리는 버린듯 하다. 그래도 친구들이 팔아주고, 손님들도 와서 27,000원이라는 매출이 나왔다. 하지만 사용한 재료비만 2만원이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스비 포함하면….. 거의 3만원 돈 될 듯 하고…… 그럼 마이너스…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걸 왜한다고 했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많이 충동적으로 시작하긴 했다. 올해 안에 사업을 해보겠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진입장벽도 낮고 해보고 싶었던 거니까 바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이틀차인데, 장사가 정말 안됐다. ㅎㅎㅎㅎ 처음에 열자마자 두세명이 왔다가서 오늘 좀 팔리려나 했는데, 일단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었고, 카페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붕어빵 모양이 예쁘게 나오기 시작해서 만족스러웠다. 재미도 있었다. 남아도 괜찮았다. ㅎㅎㅎㅎ 정말 이쯤되면 돈내고 붕어빵 타이쿤 게임을 하는 셈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시작하기 전에 주말에 친구랑 통화하는데, 내가 친구에게 ‘돈주고 운동도 하는데 뭐’라고 했었는데, 친구가 인상깊어했던 순간이 생각난다. 그래 우리아빠도 몇만원씩 주고 게임팩 사는데, 실사판 붕어빵 타이쿤 샀다고 생각해야지 ㅎㅎㅋㅋㅋㅋㅋ 잘 안되어도 괜찮다. 다만 내가 이걸 왜하는지, 해서 얻을 수 있는게 뭔지 미리 생각해놔야할 것 같다.
하는 이유는,
1. 월급이 아닌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부업을 하고 싶었음
2. 붕어빵 장사를 해보고 싶었음
3. 마침 친구덕을 봐서 자리걱정을 안할 수 있음
4. 투자금액이 적음 (가스비 80,000원, 재료비 88,000원, 총 168,000원)
5. 올해 안에 사업을 시작해보겠다고 다짐했었음
해서 얻을 수 있는것,
1. 작은 규모지만 장사라는 것을 해본 경험
2. 잘된다면 소소한 수익 (…이건 어려울거같지만 ㅎㅎ)
3. 재미
붕어빵 장사로 포기해야하는 것,
1. 전화영어
2. 운동
3. 퇴근 후 여유 포기해야하는 것에서 살짝 망설여지긴 했다. 전화영어를 일주일에 네번정도 하면서 실제로 영어가 많이 늘고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한동안 침체기라고 생각했는데, 작은 계단을 올라간 느낌..? 그리고 영어선생님이 너무 좋았고… 그리고 운동도 탄력받아서 러닝이랑 스트레칭, 근력운동 등 홈트레이닝도 귀찮다고 생각이 들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렇게 습관화가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멈춘다는건 너무 아쉽… 아깝? 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전화영어 대신 출퇴근시간을 이용해서 인풋을 늘리고, 운동은 붕어빵 팔고 집와서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다. 사실 유튜브보고 노는 여유를 포기하면 다 할 수 있다. 그만큼 내가 유튜브에 시간을 엄청 소비했다는 뜻이겠지..?
이렇게 써보니 조금 정리가 되는 듯 싶다. 안할 이유가 없고, 장사라는 것을 해본다는 경험의 가치가 나에게 엄청 큰 것 같다. 대학생때 해볼걸 하고 후회만 하고있었는데, 지금하면되지! 앞으로 후회하지 않도록. 생각나고 하고싶으면 해보면 된다. 지금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상태인 것 같으니까, 정말 하고싶은거 다 해보자.. 오… 진짜 정말 지금 나 정말 자유로운 상태네…
잘 이용해야지. 붕어빵도 팔아보고 하고싶은것 다 해봐야지.
아무튼 이틀차인 오늘은 9,000원 벌었다!^^ 애초에 만원은 팔 수 있을까 라고 걱정했던게 괜한 걱정이 아니였다는걸 깨달은 날이다. ㅎㅎㅎㅎㅎ 괜찮아. 즐거웠으니까. 안팔려서 걱정하는 순간에는 자영업을 하는 엄마아빠, 친구의 마음을 아주아주 아—주 조금이라도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매출이 적어서 씁쓸한 마음도 조금, 아주 조금은 공감할 수 있겠다. 와주는 손님들이 정말 고맙고 퍼주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다. 적은 돈이지만, 통장에 계좌이체되고 현금으로 들어오는걸 보니 뿌듯하기도 하다. (물론 순이익은 마이너스다.)ㅎㅎㅎㅎ 이틀동안 많은걸 느꼈네 ㅎㅎ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큰 가치를 가진 경험이라는 것이 벌써 이틀치나 쌓였다. 잃을것도 없는데, 뭘그렇게 무서워하냐. 경험이라는게 쌓이는데 왜 시작했냐고 자문하냐… 그냥 하는거지. 해보고 싶었던 거니까..! 내일도 그냥 가서 붕어빵 예쁘게 잘 만들면 된다. 화이팅화이팅 ㅎㅎㅎㅎㅎ
[그랬었다] - 붕어빵(잉어빵) 장사 일기, 3일차..인데 폐업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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