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책리뷰: 도넛경제학 - 케이트 레이워스] 나의 첫번째 경제학책
경제학이 이렇게 매력있는 학문이였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 감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위와 같다. 경제학이라는 나에게 아주 낯선 주제가 이렇게 흥미롭게 다가올 줄 몰랐다.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3일 남은 독서모임날까지 이 책을 읽었어야 했는데, ‘언제 다읽나’ 보다 ‘이 책을 내가 어떻게 읽나’라는 걱정이 앞섰다. 경제학이라는 분야는 정말 고등학교 1학년 때도 피했던 과목으로 기억한다. 이런 내가 이 책을 무사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저 글씨만 읽는 행위로 끝나는게 아닐까. 오히려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도 전에 나는 여기 섞일 수 없는 존재라고 느껴질까봐. 모르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앞선게 사실이다.
그래도 책을 사서 표지를 봤는데, 표지의 문구들이 나를 안심시켰다. 내가 관심 많은 환경문제가 결국 돈의 문제라는 걸 인지한지 근 몇년 안됐다. 그리고 동시에 돈과 환경은 아주 정반대의 상반된 가치인거 같다고 생각했다. 환경에 가치를 크게 두는 나도 당장 물건을 살때 환경오염을 보다 덜하는 제품보다는 싼 상품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제품은 비쌀 수 밖에 없는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했고, 결론은 내지 못했다. 어쨌든 환경과 돈은 아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는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환경문제는 돈의 흐름이 바뀐다면 해결할 수 있을거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돈을 환경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만한 자료를 접하지는 못(안)했었다. 이런 모호한 부분을 조금 풀어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나름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경제학의 관점에서 환경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나는 이학, 공학적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다가 이 렌즈들이 색안경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 색안경을 색을 옅게 만들어줄 렌즈가 경제학이라는 걸 알았다. 아주 적당한 타이밍에 이 책을 접하게 된 거 같다. 아주 큰 행운이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나는 말이 있었다. 세계 4대 미인대회 중 환경 보호를 주제로 한 미스어스(Miss Earth)의 2022년 1위가 한국인 최미나수였는데, 이 분의 인터뷰 내용이 계속 떠올랐다. “세상에서 바꾸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미나수는 “내가 세상에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공감을 나누는 것. 기후 변화와 세상의 문제들은 공감 능력이 있어야 풀 수 있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알아야 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 라고 대답했다. 세상의 모든 문제의 기반을 건드리는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환경문제든 불평등의 문제든, 인간의 공감능력이 다같이 상향된다면 해결이 좀 빠를 것 같다.
<목차>
여는글. 누가 경제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가 —— 9
1. 목표를 바꿔라 - GDP에서 도넛으로 —— 43
2. 큰 그림을 보라 - 자기 완결적인 시장에서 사회와 자연에 묻어든 경제로 —— 77
3. 인간 본성을 피어나게 하라 - 합리적 경제인에서 사회 적응형 인간으로 —— 113
4. 시스템의 지혜를 배워라 - 기계적 균형에서 동학적 복잡성으로 —— 155
5. 분배를 설계하라 - 부자로 만들어주는 성장 신화에서 분배 설계로 —— 195
6. 재생하라 - 저절로 깨끗해진다는 성장만능주의에서 재생 설계로 —— 241
7. 경제 성장에 대한 맹신을 버려라 - 유일한 지상 명령에서 성장 불가지론으로 —— 281
닫는 글. 이제는 모두가 경제학자다 —— 327
55p - 오늘은 어떤 성장을 원하십니까, 손님? … 말 나온 김에 더 얹어보자. 공평하고, 선하고 더욱 선명한 녹색이고, 저탄소에, 책임감 있고, 혹은 강력한 성장은 어떤가? … 어쨌든 성장은 성장이니까. 원하는 고명을 골라 원하는 만큼 얹으면 된다.
〰️ 어떤 회의를 갔을 때 이름만 초록색, 친환경인 회의나 포럼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여기 참가한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서 이런 토론을 하고 있는것인가, 아니면 친환경을 앞세워 어떻게 바뀌어야 이득이 생기니까 그렇게 말하고 있는것인가. 의도가 어떻든 그런 회의나 포럼이 의미가 없진 않을텐데, 괜한 적개심에 드는 생각이였을 것이다. 내가 속해있는 조직에 대해 의심을 품고 정말 의미가 있는 활동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나는 항상 자조적인 편인 거 같다. 그 의심은 항상 나의 직무와 업무로 부터 생겼던 것 같다. 내가 쓰고 진행하는 보고서와 프로젝트들이 실질적으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자조적인 태도. 그런 고민을 나름 거듭해본 결과, 어쨌든 단 한명이라도 그 결과를 활용하고 그게 어디에선가 적용된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큰 방향으로 분명히 의미가 있다. 조금 비싼거 같긴 하지만. 아무튼 그린워싱도 그렇고 환경이 정치나 마케팅으로 부적절하게 부적절하게 활용되는 세태에 대해 재미있게 꼬집은거 같아서 웃음이 피식 나오는 문단이었다.
73p - 식량 소비도 심하게 뒤틀려 있다. 세계 인구의 약 13%가 영양실조 상태다. 이들이 일용할 열량을 채워주려면 식량이 얼마나 필요한가? 세계 식량 공급의 불과 3%면 족하다. 전 세계 생산 식량의 30~50%는 수확 후 세계 공급 사실을 거치면서 버려지거나 음식물 쓰레기로 사라진다. 먹지 않는 음식의 10%만으로도 굶주림 문제는 사라진다. 도넛 경제는 인류가 자원을 지금보다 훨씬 공평하게 분배하고 이용할 것을 요구한다.
〰️ 이 문단은 영화 더 플랫폼(넷플릭스에 있다. 심오하고 살짝은 불쾌하며 잔인하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진다.)을 생각나게 했다. 영화 더플랫폼은 꼭대기 층부터 마지막 층까지 음식이 이동하며 각 층의 사람들이 먹고 그 밑의 층은 윗층의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플랫폼은 경제, 음식은 자연환경, 층수는 권력으로 볼 수 있겠다. 결국 플랫폼의 설계가 불평등한 구조인데, 경제 또한 선형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된 것으로 책에서 설명한다.
74p - 도시화는 소비주의를 조장하는 동시에 주거, 교통, 식수, 위생, 식량, 에너지 등을 훨씬 효과적인 방법으로 충족시킬 기회를 주기도 한다. 2030년까지 도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의 약 60%는 아직 개발이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따라서 인프라를 만들 때 어떤 기술을 사용하느냐는 사회생태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이런 것들은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문제들이다.
〰️ 환경 관련 교육을 받을 때 했던 프로젝트가 떠오르는 문단이다. 그 당시 우리 팀은 인도네시아 메단이라는 도시를 선정하여 그 도시의 환경과 현재 실정에 맞는, 보다 친환경적인 개발을 위해 에너지, 교통, 폐기물, 녹지화 분야에서 어떤 방법이나 정책을 적용하는게 좋을지 생각해 보았었다. 어떤 종류의 개발이든, 선진국이 개도국에 기술을 이전해야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은 기술 구현력과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다. 개도국은 이러한 도시화 및 개발을 통해 여러가지 환경, 사회 문제를 개선하고 발전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ODA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개발은 성장과 함께 도넛의 바깥쪽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장치 및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91p - 경제는 근본적으로 지구라는 ‘원천’에 의존한다.
〰️ 이 문장에 100% 공감한다. 물질순환을 공부하면서, 결국 지구 안에 있는 다양한 물질들은 원자들의 결합에 따라 다른 것일 뿐이며, 서로 다른 결합의 원자들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게 세상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질은 소멸되는게 아닌 것이다. 다만 그 물질의 순환이 불균형하여 기후변화든 오염이든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균형잡힌 순환이 중요하다. 경제는 물질의 이동을 이해하는 수단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그저 이해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순환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라는 원천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경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원천을 이용하는 수단인 경제는 원천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101p - 성공적인 코먼스는 ‘누구나 사용하도록 개방’된 채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명확히 규정된 공동체가 나서서 집단적으로 합의한 규칙과 위반자 처벌 조항을 가지고 다스리고 있다는 것이다.
〰️ 나는 그 공동체가 국제기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경험에만 기반해서는 현재 국제기구가 그 역할을 아주 잘 하고 있는것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116p - ‘인간을 제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고 여긴다 해도, 인간 본성에는 다른 이들의 운명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고 남들의 행복을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일정한 원리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남들의 행복을 지켜보는 즐거움 뿐이더라도 말이다.’
〰️ 내가 믿고싶은 문장이다. 그리고 나는 종교가 없지만, 종교가 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123p - 우리가 스스로 그리는 초상화가 장래의 우리 모습을 분명하게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이 그리는 인류의 모습도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 경제학이 그리는대로 우리 모습을 분명하게 결정한다는 말은 희망적으로도, 절망적으로도 느껴진다. 희망적인 이유는 우리가 바뀌려면 바뀔 수 있다는 것. 절망적인 이유는 우리가 정말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의지가 있는가에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143p - … 화폐가 사회적 규범을 침식한다는 사실을 설명해준다. 학생의 자부심과 노력, 부모의 책임감 같은 사회적 규범을 금전 지급과 보상이라는 시장 규범으로 대체했으므로 사회적 규범은 침식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철학자 샌델은 현금 지급이 이렇게 우리의 내면적인 동기와 이를 떠받치는 가치를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려를 표명한다.
〰️ 담배꽁초를 주워오면 돈을 주겠다는 어느 지자체의 정책이 생각난다. 그 정책이 유지되면 사람들이 돈을 위해 줍겠지만, 정책의 유효기간이 끝나면 그 행동은 보상이 없는 활동으로 의미가 퇴색될 수 있을 거 같다. 금전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것은 효과적이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나는 전기차 보조금과 같이, 환경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전기차의 경우 그 차를 사용하는 한 탄소 배출이 덜할테니) 소비재에 보상을 더해주는 것은 장기적이 관점에서 좋을 것 같다.
204p - 불평등 정도가 심한 나라는 생태 파괴도 더 심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 일부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면 지위 경쟁에 불이 붙고 과시적인 소비 풍조가 조장된다. …
불평등이 심해지면 환경 보호 법률을 요구하고 입법하고 집행하는데 필요한 집단행동을 떠받치는 사회적 자본 - 그 기초는 공동체의 유대, 신뢰, 규범 등이다 - 이 침식되기 때문이다.
〰️ 당장 옆의 사람보다 돈을 덜벌고 못산다고 생각하면 한푼이라도 아끼고 싶은데, 조금 더 비싼 친환경 제품을 사는게 가능할까. 내가 물건을 살 때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건 개도국에서 하는 생각과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이 문단에 매우 공감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불평등 해소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trigger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불평등 문제의 해소가 정말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한편으로 과시적인 소비 풍조에 대해 든 생각은, 환경을 지키는게 과시할 수 있는 것이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를 들면 친환경적인 행보가 일명 “힙”하다고 느껴지는 문화가 생기면, 대중적인 규모로 많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봤다.
235p - 나비의 다른 쪽 날개를 보자. 각종 금속과 합성 섬유 등 기술적 영양소로 만들어진 제품들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으므로 수리, 재사용, 재단장, 재활용으로 복구되도록 설계해야한다. … 순환 경제에서는 쉽게 수집하고 분해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 이런 원리를 모든 산업으로 확장한다면 20세기에는 산업 폐기물이던 것이 21세기에는 소중한 원자재가 되는 광경이 눈앞에 그려질 것이다.
〰️ 언젠가 상상했던 내용이다. 어렸을 때는 충분히 가능하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이 수리, 재사용, 재단장, 재활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이 선택하는데 유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은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리, 재사용, 재단장, 재활용을 하는데 드는 비용이 아직까지는 새로 만드는 것 보다 비싸기 때문에 실행하지 않은 것 같다. 순환적인 것이 경제적이였다면, 기후변화의 위험까지 언급되지 않아도 알아서 기업에서 재활용을 잘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그런 기업에 정부가 지원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지원책으로도 경제적인 것이 100% 메꿔지지 않더라도, ESG라는 비재무지표를 통해 기업 입장에서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재활용이 기업에도 이윤이 남는 구조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65p - “재생적으로 설계된 산업은 재생적으로 설계된 경제가 뒷받침할 때만 실현된다.” … 이를 현실화하려면 시장, 코먼스, 국가 각각의 역할이 균형을 이뤄야만 한다. 기업의 목적과 금융의 기능도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재생적인 노력의 성공을 인정하고 이에 보상할 수 있는 수치와 지표가 필요하다.
〰️ 보상할 수 있는 수치와 지표가 어떤게 있을까? ESG에 대해 공부하면 알게될 것 같다.
270p - 협동조합, 비영리 조직, 공동체 이익 회사, 공익 기업* 등 분배를 의도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 일군을 이루었거니와, 이런 기업들은 도한 재생적으로 설계될 수 있다.
*공익기업: 이윤 추구와 동시에 일정한 사회적 가치 추구를 목적으로 내건 기업, 이윤을 목표로 하는 영리 기업의 성격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목적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기업과는 차이가 있다.
〰️ 언젠가 환경과 관련된 사업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환경’이라는 주제가 워낙 공익적이여서, 물건을 팔든 공간을 대여하든 엄격히 따지면 환경오염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떤 사업이 가능할지, 이익을 추구할 수 있을지(추구해도 괜찮은지), 머릿속에서 상충된 가치가 충돌하면서 스스로 모순을 느껴 정리가 안됐었다. 그래서 이 문단을 읽으면서 “그래, 나는 공익 기업을 하고 싶은거였어”라고 생각했다. 환경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성공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환경이라는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도 본인도 모르게 환경의 가치를 추구하는 물건을 쓰고, 그들의 돈이 환경에 기여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나도 환경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과 브랜드의 물건을 소비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모든 소비재를 그렇게 소비하진 못한다.) 지금 내가 상상하는 나의 사업은 상품이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환경의 가치를 두어 소비자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상품 자체도 환경적으로 의미있고, 매출의 일부를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그런 사업을 하고싶다. 파타고니아 처럼..!
274p - 국가가 재생적 경제를 창출하는 획기적인 파트너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 미국 오하이오의 오벌린은 미국이 탈공업화를 겪으면서 생겨난 ‘러스트벨트’* 지역에 속한다. 2009년 이곳 행정부는 오벌린 대학교, 조명 전력 공사와 손잡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미국 최초로 ‘기후 온난화를 막는’ 도시가 되기로 목표를 정했다. … 오벌린 프로젝트의 집행 위원장 데이비드 어오는 이 프로젝트 설계의 배경이 된 시스템적 사고방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목적은 전방위적인 지속 가능성입니다. 생태계가 작동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실제로 재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준으로 부를 다시 측정해야 합니다.”
*러스트벨트: 1970년대 말 이후 제조업과 대공장이 사라지면서 경제사회적 침체와 퇴행을 겪은 디트로이트와 피츠버그 등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을 일컬음
〰️ 이런 도시를 왜 더 만들지 않는지? 경제적 이윤이 좋지 않았던건지? 오벌린의 현재와 이를 사례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찾아보면 재밌겠다.
295p - GDP 성장의 장래에 대해서는 고소득 국가들이 패가 갈린다. ‘계속 날아오를 것’을 주장하는 녹색 성장파와 ‘착륙 준비’를 주장하는 탈성장파다. 양측의 대립은 기술적인 의문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연 태양광 발전 비용이 낮아져 풍부한 재생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까? 순환 경제의 자원 효율은 과연 어느정도가 될까? 디지털 경제는 경제를 얼마나 성장시킬까 등등. 그런데 실상 의견 대립의 진짜 원인은 훨씬 깊은 곳에 있으며,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임을 나는 알게 되었다.
〰️ 환경문제가 결국 돈의 문제라고 인식한 후,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궁금증이 생겼었다. 환경을 위한 기술은 정말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은건가 하는 기술적인 의문들. 그러다가, 혹여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그런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게 규제와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가가 움직여야 하고 국가가 움직이는 방향을 정하는 곳이 국제기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제기구에서 국가는 국가의 이득을 위한 의견을 국제사회에 낼 수 밖에 없다. 국가의 이득이라함은 꼭 경제적 이득만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그렇다. 경제적 이득이 아닌 다른 이득은 “국가 위상”을 드높이는 무언가들인 것 같다. 결국 고민의 끝에는 정치라는 것을 어렴풋이 생각했었는데, 책에서 글씨로 접하니 희망이 보이는 듯 하면서도 깜깜하다.
323p -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는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재능을 활용해 남을 돕는 것 부터 신념을 꿋꿋이 지키는 것 등등. 신경제학 재단은 광범위한 심리 조사를 기초로 인간의 안녕을 증진한다고 입증된 다섯가지 활동을 요약했다. 주변과 관계 맺기,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기, 세상에 주목하기, 새로운 기술 배우기, 주위에 베풀기 등이다. 아마도 이것이 존 스튜어트 밀이 고대해 마지않은, 재물을 얻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기술을 열망하는 시대로 이행하는 도덕적, 사회적 진보의 첫발자국일 것이다.
〰️ 내 회사 동료분들 중 두분은 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은퇴를 할 때 쯤에는 아이들을 위한 동네의 작은 공부방을 무료로 운영하는 것. 그 얘기를 듣자마자 내가 보인 반응은 “왜?”였다. 왜 굳이 돈을 들여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고 싶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던 그 순간의 나는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환경을 보호하고 이에대한 투자를 기꺼이 행하지 않는 현실 세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 얕은 마음이 느껴지는 그 “왜”냐는 질문에, 동료분들은 “그냥. 먹고살기 위한 출퇴근이 없어지면, 그렇게 사는게 행복할 거 같아서” 라고 대답했다. 그들이 삶을 사는데 있어서 중요한 가치와 관점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이 문단이 그 마음을 더 굳건히 해준다. 재물을 얻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기술을 열망하는 시대. 나도 그런 시대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3751120&tab=introduction&DA=LB2&q=%EB%8F%84%EB%84%9B%EA%B2%BD%EC%A0%9C%ED%95%99